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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6 성도사님, 저도 시집을 언제 갈 수 있나 좀 봐 주세요!"

도사님, 저도 시집을 언제 갈 수 있나 좀 봐 주세요!"

사주는 심심풀이로 보는 것이 아냐. 그리고 이미 결혼 날짜까지 받아 놓은 여자가 사주를 봐서 뭐하겠어? 사람들이 왜 사주를 보는 줄 아나? 그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지. 다시 말하면 현재의 생활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나 궁금해서 점집을 찾는 거야.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주팔자 속에는 한 인간의 운명이 숨어있긴 하지만 행복이 들어 있진 않아. 물론 점을 보고 나면 맞든 안 맞든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니 일시적으로 마음의 갑갑함은 달랠 수 있겠지. 하지만 점을 보았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거든.

따라서 점장이가 몇 년 뒤에 큰돈을 번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없고 몇 년 뒤에 거지가 된다고 해서 슬퍼할 것도 없어. 게으른 사람이 큰돈을 벌 리 없고 부지런한 사람이 거지가 될 리 없는 거잖아? 물론 천재지변이라는 것이 있어 점장이의 점괘처럼 부지런히 일한 사람이 거지가 되는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천재지변이란 것도 잘 살펴보면 대부분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생기는 거야. 홍수를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재를 당하는 것이고, 불이 날 여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를 당하는 것이고, 벼락을 피할 대비를 안 했기 때문에 벼락을 맞는 거야.

요즘은 교통사고로 많이들 죽잖아. 만일 한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운명이 그래서 죽었겠어, 그 사람의 부주의 때문에 죽었겠어? 영미 생각은 어때?"



글쎄요? 아마 부주의해서 교통사고로 죽을 운명이었겠죠, ."“그럼, 사람이 걸을 때 두 발로 걷겠어, 한 발로 걷겠어?"“두 발로 걷죠!”

아냐! 두 발이 움직여서 걸음이 되는 거지만 걸을 때는 한 발로 걸어. 두 발로 걷는다면 토끼뜀이 되겠지. 부주의해서 교통사고로 죽을 운명이라는 영미의 시각은 사람이 걸을 때 두 발로 걷는다고 보는 것과 같은 시각이야.

정확히 보면 부주의는 부주의고 운명은 운명이야. 백만 분의 일의 오차마저도 없애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첨단과학시대를 살면서, 그런 두리뭉실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좀 곤란하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그건 부주의일 뿐이야.

운전자는 차를 멈추고 도보자는 건너라는 둘 사이의 약속을 정해 놓은 게 횡단보도지만, 횡단보도는 안전지대가 아니야. 왜냐 하면 약속은 어긋날 소지가 많은 데다, 또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주의해서 찻길을 건너듯이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사고를 당하겠어?

대개의 사람들은 인간의 운명은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세상 만물이 변화하며 흐르듯 인간의 운명 역시 자유의지에 의해서 흐르며 변화하는 거야. 사주팔자에 들어 있는 인간의 운명이 삼십 퍼센트라고 한다면 자유의지에 의해서 변화할 수 있는 운명이 우주 공간에 칠십 퍼센트가 떠있는 거야.


사람에 따라서 타고 난 운명의 퍼센트가 높거나 낮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사주를 나쁘게 타고 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운명을 자유의지로 백분 활용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거지.”

"
그렇다면 소희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소희의 운명도 변하겠네요?"

그렇지!”

그럼, 성 도사님이 소희에게 내후년 삼월에 결혼할 남자를 만난다고 한 말이나 아들과 딸을 낳을 수 있다는 말도 틀릴 수 있겠네요?”

물론이지!”

그런데 성 도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죠?”

만약에 시속 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하는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같이 시속 백 킬로미터로 달리면 볼 수 있겠지? 같은 이치야! 나는 좀전에 소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희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속도를 나 나름대로 측정한 거야. 그리고 나서 소희가 살아갈 날들에 대한 속도로 달려서 소희의 미래를 본 거지.

잘 모르겠어?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 소희의 인생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여정으로 치고 소희가 지금 대전쯤 와 있다고 가정을 하는 거야. 나는 소희가 대전까지 오는 동안에 발휘한 차의 성능과 도로 사정, 심리 상태를 헤아려서 옥천쯤 오는데 걸리는 시간과 옥천에 왔을 때의 소희의 모습을 미리 가서 보고 말한 것뿐이야.

 

그런데 소희가 잘 달리다가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중앙선으로 뛰어든다거나 국도로 빠진다면 내 말이 틀릴 수도 있겠지. 내가 아들하고 딸을 낳을 거라고 했는데 소희가 아들만 낳고서 그만 낳겠다고 버티면 내 말이 틀리는 거지, 별 수 있나.”

성 도사님 말씀은 대충 알겠어요. 그런데 왜 저는 봐 주지 않고 소희만 봐 주는 거예요? 복채 드릴 테니까 저도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