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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3 여자의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순간, 신종 사기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손님은 더 이상 없었다. 카운터 쪽에 있던 아가씨들이 모두 다가와서 옆 테이블에 앉아 귀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사기극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마음속에 경계의 벽을 쌓았다.

눈물 그쳐! 뭘 잘했다고 눈물을 질질 짜고 있어?"

아가씨는 흠칫 놀라며 부랴부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커트머리 아가씨가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건네는 손도받는 손도 떨리고 있었다. 소희라는 아가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었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 저요? , …… 영미예요."



 

커트머리 아가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영미? 그래, 영미는 이 아가씨의 친구지?""...”

정말 친구야?”

.”

아냐, 영미는 이 아가씨의 참다운 친구가 아냐! 진정한 벗이라면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이 벗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줄 줄 알아야 하며, 배 고프면 밥을 찾아먹듯이 벗이 굶주리면 밥을 권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듯이 벗의 건강 또한 챙겨 줄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친구의 도리인 게야.

그런데 영미가 친구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길래 내가 나서서 이 아가씨의 건강에 대해 한마디 조언을 하려 했건만 이를 만류하려고만 하니 진정한 이 아가씨의 벗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무릇 한쪽 편을 들려면 이쪽 저쪽 사정을 다 헤아리고 자신을 바로 알아야만 편을 들 수 있는 거야. 허나 영미는 무작정 이 아가씨의 편을 들었으니 벗의 도리를 하려 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 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어. 내 말이 틀리는가?"

커트머리 아가씨의 고개가 점점 숙여졌다. 사내는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 소희예요.”

눈물은 그쳤지만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소희는 왜 이렇게 어리석어? 병이 깊어 약을 찾기 이전에 심신을 보살펴 단속할 줄 알아야지, 마음이 괴롭다고 육신을 학대하면 되나? 병이 들어 육신을 하루에 백번 걱정하느니 건강할 때 육신을 한번 걱정하는 게 현명한 게야. 건강할 때 먹는 보약 한 재는 들어 먹는 보약 백 재보다 효험이 크다는 걸 왜 모르는 거지? 소희는 더 늦기 전에 오늘이라도 당장 한약방에 가서 약을 지어 먹어!기가 허하니까 매사에 의욕이 없는 거야. 알았어?”

, …… 알겠어요!"

몸이 귀찮더라도 하루도 거르지 말고 꾸준히 약을 달여 먹어. 가벼운 운동도 해 가면서 말야.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도 게을러져 비관적인 생각이 찾아오게 마련이지! '비관'이란 놈은 살고싶은 의욕을 갉아먹는, 정신의 곰팡이와 같은 거야. 보약이 몸 안에 들어가 침체되어 있던 신체 기능이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살고싶은 의욕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야! 한방에서도 말하잖아? 육신은 약으로 보호하는 것보다는 음식으로 보호하는 것이 낫고, 음식으로 보호하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보호하는 것이 낫다고." 

약은 얼, 얼마 동안이나…… 먹으면…… 몸이 가쁜해질까요?”

글쎄? 기가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상당히 오래 걸릴 걸. 건강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소희의 굳은 의지와 한약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예전의 건강했을 때의 육체를 반쯤 되찾으려면 석 달은 족히 걸릴 거야.

삼 개월이나 먹어서 고작…….”

, 삼 개월이 길다고 느껴지나? 그럼 소희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데 기간이 얼마쯤 걸릴 것 같아?”

그녀는 고개를 꺾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한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