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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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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삐삐를 찬 도사?” "내가 소희의 사주를 봐 준 것은 복채를 원해서가 아니야. 소희의 얼굴을 보니까 소희의 살아온 날들이 보였고, 현재 가야 할 길을 잃고서 엉뚱한 곳에서 배회하고 있기에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르쳐 준 것뿐이야. 영미는 지금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데 내가 그 길로 쭉 가라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두 번 부정은 긍정이 아닌가? 한참 공부하고 있는 아이 보고 자꾸 공부하라고 하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돼. 만일 내가 아가씨의 사주를 본 뒤 약혼자하고 헤어지라고 하면 헤어지겠어? 그것 봐, 벌써 마음이 산란해지잖아! 자신과 약혼자와의 궁합이 좋지 않아서 내가 일부러 봐 주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기고……. 가만히 있으면 속 편한 것을 뭣하러 사주를 봐서 고민을 만드나? 행복은 ..
6 성도사님, 저도 시집을 언제 갈 수 있나 좀 봐 주세요!" “도사님, 저도 시집을 언제 갈 수 있나 좀 봐 주세요!" “사주는 심심풀이로 보는 것이 아냐. 그리고 이미 결혼 날짜까지 받아 놓은 여자가 사주를 봐서 뭐하겠어? 사람들이 왜 사주를 보는 줄 아나? 그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지. 다시 말하면 현재의 생활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나 궁금해서 점집을 찾는 거야.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사주팔자 속에는 한 인간의 운명이 숨어있긴 하지만 행복이 들어 있진 않아. 물론 점을 보고 나면 맞든 안 맞든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니 일시적으로 마음의 갑갑함은 달랠 수 있겠지. 하지만 점을 보았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거든. 따라서 점장이가 몇 년 뒤에 큰돈을 번다고 해서 좋아할 것도 없고 몇 년 뒤에 거지가 된다고 해서 슬퍼..
5 성 도사는 옆구리에서 명함 크기만한 시꺼먼 물건을 꺼내 한참 들여다보았다 “저…… 결혼하면…. 아이는 낳을 수 있나요?"소희가 눈물을 수습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 도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불안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싶은 여자가 그렇게 몸을 함부러 굴려?""........" “지금부터 몸을 옥처럼 다루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아들 하나딸 하나야! 그 이상은 없어. 소희는 건강한 아이들을 낳고 싶으면 일단 몸을 회복한 후에, 다시는 악화되지 않도록 무척 신경을 써야해. 또다시 몸이 지금 상태로 나빠진다면 영영 회복이 불가능할 거야. 요즘 세상은 옛날과 많이 달라. 사람들은 의학이 발달해서 웬만한 병은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아. 의학이 발달한 만큼 병도 복잡하게 늘어 약발도 침발도 받지 않게 되었단 말야. 그만큼 땅과..
4 선생님은…… 도대체…… 누구시죠 “서, 선생님은…… 도대체…… 누구시죠?" 손수건으로 눈가의 마른 눈물을 닦고 나서 물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는지 처음보다 많이 진정된 목소리였다. "나는 그저 길을 가는 사람이야." “저를 아세요?” “아가씨는 잘 몰라도 내가 누군지는 잘 알지.” “한의사세요?" “아냐." “그럼……. 도, 도사세요?" “남들이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 내가 누군지 알려고 하시기 전에 자신이 누군지나 잘 아시게.” “도사님, 저를 도와 주세요!" “당연하지! 내가 소희의 마음의 병을 고쳐 줄 생각이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말도 걸지 않았을 것이며, 약을 먹으라고 권하지도 않았을 걸세. 내가 마음의 병을 고치는 의사니까 소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말고 말을 해 봐.” 일행인 사내가 시계를 보더니 일어났다. “성 선..
3 여자의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순간, 신종 사기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손님은 더 이상 없었다. 카운터 쪽에 있던 아가씨들이 모두 다가와서 옆 테이블에 앉아 귀를 세우고 있었다. 나는 사기극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마음속에 경계의 벽을 쌓았다. “눈물 그쳐! 뭘 잘했다고 눈물을 질질 짜고 있어?" 아가씨는 흠칫 놀라며 부랴부랴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커트머리 아가씨가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건네는 손도받는 손도 떨리고 있었다. 소희라는 아가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었다. “아가씨는 이름이 뭐야?” “저, 저요? 오, 오…… 영미예요." 커트머리 아가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영미? 그래, 영미는 이 아가..
도시의 조물주 성선생님 긴 머리의 아가씨는 창백한 얼굴로 “이봐, 아가씨. 담뱃불 끼! 여섯번씩이나 낙태하고서 무슨 줄담배를 펴!” "네에?" 창문에서 시선을 거둬 맞은편 테이블을 보았다. 키가 작고 들창코에다 눈이 길게 찢어진 오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눈에 띄었다. 주름 진 회색 바바리코트에 양손을 찔러 넣은 그는 느릿느릿두 아가씨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한순간 광채가 번뜩였다. 재빨리 아가씨의 표정을 보았다. 새로 붙인 담배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에 끼우고 있는 긴 머리의 아가씨는 창백한 얼굴로 사내를 멍히 올려다보았다. 눈가에 검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걸로 봐서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 여자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성 선생님, 그만 가시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갔던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내가 ..
도시의 조물주 성선생님 엎드려 있었지. 캔버스에 코를 박고나의 주인이 돌아와터널의 끝 마저 그려 주기를 기다리며힐끔힐끔기어들어오는 독사의 긴 혓바닥을 훔쳐보면서터널 중앙에서 말라가고 있었어!살도, 뼈도. 화창한 날이었다. 버스가 터널을 벗어나자 햇살이 눈사태처럼무너져 내렸다. 정류장에서 한 사내가 내리고 한 여인이 오르자 차는 다시 출발했다. 오랫동안 참아 왔던 고백을 하려는 듯 목련은잔뜩 부풀어올라 있고, 담장의 개나리꽃은 운동회라도 맞은 아이들처럼 마구 함성을 질렀다. 시계를 보니 한시 오분이었다. 약속 시간까지는 한 시간 반 남짓 여유가 있었다. 광화문에서 내려 지하도로 들어갔다. 언젠가 한번 와 봤던 곳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에는 죽어서나 갈 수 있었던 땅 밑, 그곳으로 살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영해 동학혁명의 발생 배경 및 원인 1) 역사적 문화적 배경 왜 그 당시 경상도 영해에서 다른 지역보다 먼저 동학혁명이 발생했는가? 영해혁명을 규명하는 데는 가장 먼저 역사적 배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영해는 조선말까지 도호부사가 관장하는 큰 도시였다. 고려시대에는 예주로서 동해안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도호부사를 두어 수군만호를 두었다는 것이 조선시대에도 동국여지승람 영해도호부 편에 기록되어 있다. 또, 이곳 출신 명인들이 많다. 조선왕조 유림정치의 산파역할을 하게 된 목은 이색(괴시리), 고려 공민왕 스승 나옹왕사(가산리), 퇴계학파의 맥을 이은 갈암 이현일(인량리) 등이 태어났다. 또, 몽고군의 침략을 막은 박송비 장군, 서원교육의 효시 안향, 조선시대 영남학파 거두 점필제 김종직 등은 영해부사를 지낸 인물들이다. 당시 영해부가 다른..